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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강민수. Value Creators.



많은 블로거들이 인지하시다시피, 웹 2.0의 패러다임은 우리 주위의 많은 것들을 조용히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어떤 면에서는 암세포와 같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놀라울 만한 속도로 진행되며, 패러다임의 영역에 닿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변화시킬 정도로 변화의 폭이 넓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의 특성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거의 모든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그 때 가서 변화에 대한 우리의 방향을 논한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뒷북을 치는 일이겠죠.

그래서, 저는 이러한 변화의 단초를 하나씩 살펴보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이에 저는 앞으로 '웹 2.0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에 대해서 주로 쓰고자 합니다. 첫 시작은 제 피부에 가장 와닿는 변화인 학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학술지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아주 오래 전, 과학 연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띄게 된 이후,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은 새로운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여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술 활동은 특히 대학의 학위 제도 및 교원 임용 제도가 현재의 틀을 유지하게 되면서부터 학계에 더욱 굳건히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비단 자연과학 뿐 만이 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 등 학문의 전 분야에 걸쳐 학술지 및 학회지를 통한 학술활동이 보편화 되었고, 학자의 유능함에 대한 기준을 그가 어떤 논문을, 어디에, 얼마나 많이 게재하였느냐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가 되었습니다. 물론 분야에 따라 이러한 저술 활동의 구체적인 양식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말입니다.

학술 활동이 이처럼 논문 편찬을 위주로 벌어지게 되면서, 논문들을 편집하여 게재하는 학술지는 학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학술활동의 중추"로서의 학술지의 권위-보통은 논문의 질과 진실성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도 올라가게 되었고, 이러한 권위는 학술지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일종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의미있는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나가는 학문발전의 특성상, 출판되는 논문의 질과 진실성을 의심받는 학술지가 학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때문에 이러한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학술지들은 편집 및 운영 원칙을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원칙에 따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논문의 게재 여부는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들이 주로 맡는 '편집 위원'들의 시각에 많이 좌우되었고, '깐깐하고 엄격한' 심사로 인해 논문의 출판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습니다.



심사가 오래 걸리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IEEE의 저널들. 극단적인 경우지만, IEEE의 저널 중에서는 실제로 심사가 2년까지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졸업은 언제하나요 덜덜


하지만, 최근 웹2.0의 패러다임이 불어닥치면서, 이와 같은 학술지에도 변화의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전세계 연구원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물리적인 거리에 의한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반드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연구기관에 있지 않더라도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과장을 조금 보태서) 최신 연구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거두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연구자들 사이의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고, 서로 앞다투어 연구결과를 내놓음에 따라서 동일 주제에 대하여 보다 먼저 연구결과를 내놓느냐는 '우선순위'가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변에는 논문의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이나 공정하지 못한 심사에 의한 탈락 등의 이유로 먼저 연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역설적으로 연구자들 사이의 협업 역시 크게 활성화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물리적인 거리에 의한 장벽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대륙을 넘나드는 협동 연구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연구하지 못하지만, 연구의 중간과정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죠. 이제는 아시아, 유럽의 대학들이 미주의 대학들과 함께 논문을 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고, 이를 넘어 CERN의 강입자 충돌 프로젝트[각주:1]나 ITER 프로젝트[각주:2]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를 전세계 도처에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함께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과학적인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고, 자신의 연구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함께 일하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준을 고수하던 학술지들도 결국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학술지들이 출판하는 논문들을 동시에 온라인에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출판했던 방대한 양의 논문들도 모두 디지털화 시켜서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구요. 덕분에 학술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가 들어간 논문들을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노력 이외에도,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논문이 출판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거나, 지면상 다 싣지 못하고 밀려있는 논문들을 온라인으로 미리 게재하는 등의 방법 또한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Nature와 같이 세계적인 학술지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Nature가 최근에 한창 밀고 있는 Advance Online Publication. Nature는 이 외에도 학술지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했다고 보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간에 '한줌밖에 안되는 익명의 심사위원이 자그마치 1년에 걸쳐 연구성과를 검토하는'[각주:3] 구시대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학술지는 여전히 비싼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했는데, 이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쪽 뿐만 아니라 연구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쪽에서도 손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다양한 시각의 Peer Review(동료 과학자들의 연구성과 검토)에 대한 욕구는 계속해서 팽창했습니다. 영국 Spelman College의 Paul Camp 박사의 다음 말은 이와 같은 연구원들의 욕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겠습니다.


What we want is valid, peer-checked information. What does it matter if that occurred by means of an editor farming an article out for review, or by direct feedback from the community of people interested in a topic by email in response to your preprint on arXiv? It amounts to the same thing.

(의역, 원문을 클릭하면 관련 블로그의 글이 열립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동료들에게 검증받은 유효한 정보일 뿐입니다. 솔직히 논문 편집위원이 학술지에 싣기 위해 검증을 하는 것이든, 그냥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웹에 올린 원고를 읽고 이메일로 직접 피드백을 주는 것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건 사실 똑같은 것이나 다름 없는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Open Access Journal 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학술지가 많은 기대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물론 학술지들 마다 세부적인 사항은 조금씩 다르고, 그들의 특징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체적인 특징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논문은 (온라인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한다.
2) 논문의 사전 검토를 간소화 하여 게재될 때 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한다.
3) 소수의 의견으로만 논문의 검토를 제한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피드백을 장려한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예를 하나씩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특징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살펴볼 예들은, 최근 학계에서 매우 화제가 되고 있는, 소위 말해 아주 '핫'한 학술지들 입니다. 이들로부터, 웹과 만난 학술지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바탕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여러 블로거 및 네티즌 분들과 생각,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기 위해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잘 읽으셨다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추천도 부탁 드리고, 의견도 꼭 남겨주세요. RSS구독 버튼은 오른쪽 메뉴바 하단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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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우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두 개의 양성자를 서로 충돌 시켜 나타나는 결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 물리학계는 이 프로젝트가 이론적으로만 실체가 예견되어온 힉스 입자(Higgs Boson)와 암흑 에너지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힉스 입자는 질량의 기원에 관련된 입자이고, 암흑 에너지 또한 천체물리학에서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랍니다. 여담이지만 이 충돌 실험으로 블랙홀이 생겨서 지구가 망한다고 반대하던 과학자들이 있었더랬죠 :) [본문으로]
  2. ITER는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약어로,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위해 전 세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핵융합 발전로 가동 프로젝트 입니다. 아시다시피, 핵융합 발전은 재료를 바닷물로부터 쉽게 구할 수 있고, 우라늄 등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서 '궁극의 에너지원'이라고 불리우고 있죠. 물론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고, KSTAR라는 소형 핵융합 발전로도 성공리에 시험운행한 바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이 문구는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암스 저. 윤미나 옮김. p. 282] 에서 발췌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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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전공이 이 쪽이라 학계에서 정보교환하는 방식에 대해서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잘 정리해 주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답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 생각은 원대하게도 오픈 엑세스 저널의 현황에 대해서 한방에 정리해보자! 였는데 생각처럼 잘 써지지는 않았네요 ^^;;

      다음 번에는 오픈 엑세스 저널의 예들을 직접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꾸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

  2. 좋은 글 감사합니다.